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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安保)기반 튼튼히 다져야 한다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 황장엽(黃長燁)의 망명은 우리에게 긍정적면에서의 충격과 함께 향후 남북관계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그가 북한 체제를 지탱해 온 통치 이데올로기를 완성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내부의 위기의식 팽배와 더불어 대남전략의 급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찮아도 우리측이 제의한 4자회담을 거부하는 등 대화마저 외면하는 상황에서 黃의 망명은 북한에게 새로운 빌미가 될 것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우리의 평화적 노력은 새로운 암초에 봉착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장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나서는 북한의 행태가 심상찮은 상황이다. 이번 黃의 망명사건으로 야기된 긴장상태 속에서 우선 챙겨야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안보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튼튼한 안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무엇보다 혼란한 시국속에서 표류하는 경제불안을 시급히 안정시키는 데에 거국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주체사상을 일군 황장엽(黃長燁)의 망명은 코페르니쿠스적 일대 전환과도 같다는 해석이다.
그만큼 북한에서의 그의 지위와 업적은 권력서열과 관계없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남한으로 망명한다는 사실은 북한이 체제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했음을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북의 테러 등 도발 사전대비
따라서 김일성 사후 김정일체제로의 기반 구축을 공고히 하려던 북한의 충격은 심각한 도전에 봉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급변이 예상되는 남북 관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黃의 망명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의 도발을 경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때 일수록 안보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양호민(梁好民)교수(한림대)는 “그가 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그를 어떻게 하든지 빼내기 위해 남한의 요인을 납치해서 교환하려는 등 테러를 저지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이 저질러온 테러·휴전선 침범·무장간첩 남파와 같은 도발을 자행해 온 점에 비춰 볼 때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군사도발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찮아도 북한주민의 탈북사태가 이어져 내부적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적인 지주로 북한주민의 존경을 받아온 黃의 망명이 내부에 알려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것을 막고 이를 호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사행동을 획책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정명석(鄭銘碩)교수(단국대)의 지적도 맥을 같이 한다. “북한은 당분간 다양한 방법으로 대남 분풀이를 할 것”이라고 우려 하면서 필요이상으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鄭교수는 “이런 때 일수록 차분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언론의 과장이나 흥분된 보도태도는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삼가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김정일체제 붕괴 예상은 속단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충격에서 벗어나 黃의 망명을 현실로 받아들일 때까지 우리의 안보를 확실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남주홍(南柱洪)박사(평통 사무차장)는 “黃의 망명은 우리에게 선(先)안보 후(後)통일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면서 “그의 망명이 곧 통일의 신호탄인냥 과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 항간에 일고 있는 ‘김정일체제 붕괴론’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南박사는 黃의 망명은 북한체제의 위기일 수는 있어도 현시점에서 체제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진단하고 만약 이를 우리가 체제붕괴로 확대해석할 경우 90년대 초 경험했던 ‘통일환상’에 빠져 사회전체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위기는 오히려 우리의 위기일 수도 있다”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黃의 망명이 장기적으로는 통일의 호기일 수는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안보위기를 극복할 때만이 남북관계의 전기로서 통일의 물꼬를 트는 기회포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우리 내부의 혼란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불안한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에 국민 모두가 나서는 것이 안보를 다지는 첩경”이라고 지적했다.
시국·경제안정이 안보 우선조건
군사적 안보가 전방의 책임이라면 경제는 후방안보의 요체다. 특히 최근 시국과 관련해서 국민적 결속력이 약화된 것 같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이 이를 黃의 망명과 결부, 대남 무력도발을 획책 하는 계기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기탁(李基鐸)교수(연세대)도 ‘차분한 대응’과 ‘기다리는 자세’를 강조하면서 “정부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 정국안정과 안보강화의 중요성을 제기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黃의 망명으로 우리 내부에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신봉해 온 주사파를 비롯한 불순세력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근본적으로 북한체제가 유지되는 날까지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고집할 것으로 보아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주문이다.
적어도 북한은 김정일체제 유지를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대남책동의 전진기지로서 그동안 닦아놓은 우리 내부의 불순세력을 이용 할 것이라는 점에서 과소평가는 금물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차분한 자세 견지 △조속 한 시국수습과 국론통일 △경제회생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 안전보장의 기본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