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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부활한 '교외선' 추억 싣고 무궁화호가 달린다

2025.02.20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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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탤지어 (뉴트로+노스탤지어) 콘셉트로 단장한 교외선 무궁화호 열차가 일영역을 지나고 있다. 경기 북부를 동서로 연결하는 교외선은 대곡역~원릉역~일영역~ 장흥역~송추역~의정부역까지 하루 8회 운행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뉴스탤지어 (뉴트로+노스탤지어) 콘셉트로 단장한 교외선 무궁화호 열차가 일영역을 지나고 있다. 경기 북부를 동서로 연결하는 교외선은 대곡역~원릉역~일영역~ 장흥역~송추역~의정부역까지 하루 8회 운행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2025년 1월 11일, 서울 외곽을 달리던 추억의 교외선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2004년 4월 운행을 중단한 지 21년 만이다. 과거 경기 북부 지역의 대중교통과 관광을 책임졌던 교외선이 부활했다는 소식에 개통 첫날부터 열차는 만석을 이뤘다. 과거의 감성을 살린 색상과 디자인을 입은 '뉴스탤지어(뉴트로+노스탤지어)' 콘셉트의 무궁화호 열차도 화제다. 고속열차에선 느낄 수 없는 낭만과 추억 가득한 교외선을 타고 정차역과 인근 명소를 직접 돌아봤다.

고양~의정부 '교외선' 노선
고양~의정부 '교외선' 노선

디젤기관차의 매력 속으로

2월 7일 새벽 6시 30분 눈길을 뚫고 경기 고양시 대곡역으로 향했다. 오전 7시 22분에 출발하는 교외선 의정부행 첫차를 타기 위해서다. 대곡역을 출발한 교외선은 원릉역, 일영역, 장흥역, 송추역을 거쳐 의정부역까지 운행한다. 고양시에서 양주시를 거쳐 의정부시까지 총 6개역 30.5㎞를 하루 8회 오간다. 대곡역에서 의정부역까지는 50분이 걸린다. 운행요금은 2600원이다.

대곡역은 최근 개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와 수도권 전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이 오간다. 복잡한 환승역이지만 교외선을 타러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대곡역 입구부터 교외선 재개통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고 바닥에 그려진 유도선만 잘 따라가면 된다.

외선 승강장에 들어서자 출발을 앞둔 열차가 눈에 들어왔다. 디젤기관차로 움직이는 무궁화호 열차는 노란색과 갈색, 초록색 등의 컬러와 디자인으로 레트로한 느낌을 살렸다. 노란색과 갈색의 위아래 배색이 카카오 캐릭터 '춘식이'를 연상시켜 '춘식이 열차'라는 별명도 생겼다. 열차에 탑승하기 전 이색적인 교외선 열차를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열차 안은 무궁화 열차의 감성 그대로다. 덜컹거리는 소음과 진동도 색다르다. 고속열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디젤기관차 특유의 재미다.

평일 첫차인데도 두 량짜리 열차 안은 승객으로 가득했다. 출근하는 직장인은 물론 친구와 가족, 홀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 북부 지역에 이틀째 눈이 내린 덕에 차창 밖으로 설경(雪景)이 펼쳐졌다.


방탄소년단(BTS)의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일영역은 아날로그 풍경을 최대한 살려 새단장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방탄소년단(BTS)의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일영역은 아날로그 풍경을 최대한 살려 새단장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BTS 뮤비 속 일영역의 변신

대곡역을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릉역에 도착했다. 원릉역과 장흥역, 송추역은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무인역이다. 이어 도착한 일영역은 승강장과 역사부터 남다른 모습이다.

일영역은 방탄소년단(BTS)의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하다. 2017년 공개된 이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는 5억 회가 넘는다. 레트로한 풍경을 담기 위해 찾아오는 사진 마니아들도 많다. 교외선 재개통과 함께 일영역은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새 단장한 역사는 박물관으로 변신해 사이다와 계란 등 옛 열차 간식을 파는 등 어린시절의 기차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

일영역은 교외선 상행과 하행이 교차하는 역이기도 하다. 단선철로인 교외선의 유일한 복선 구간이기 때문이다. 일영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대편 선로에 의정부역에서 출발해 대곡역으로 향하는 열차가 들어왔다. 일영역에 먼저 도착한 열차가 맞은편에서 오는 열차를 잠시 비켜줬다가 다시 출발한다. 두 열차가 만나는 이색적인 풍경도 교외선의 낭만을 더해준다.

숲과 계곡, 논밭이 이어지던 창밖 풍경이 의정부역에 가까워질수록 높은 건물과 아파트 등으로 바뀌었다. 어둑어둑하던 하늘도 어느새 밝아졌다. 8시 20분. 폭설 여파로 도착 예정 시간보다 8분 늦게 의정부역에 도착했다. 대곡역에서 의정부역까지 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차로는 30분이면 갈 수 있지만 차에선 볼 수 없는 무궁화호 열차만의 풍경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가끔은 이런 느린 여행도 좋다.

교외선 인근 여행지가 뜬다

교외선 재개통을 계기로 정차역 인근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 옛날 주말이나 휴일 교외선은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교외선 열차를 타고 갔던 곳은 주로 계곡과 유원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큼 전시와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장흥 문화예술체험특구에 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의 그림 속 집을 닮은 미술관은 겨울에도 운치가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장흥 문화예술체험특구에 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의 그림 속 집을 닮은 미술관은 겨울에도 운치가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장흥역은 '아트투어'를 즐기기에 딱이다. 장흥역에서 나와 마을버스를 타면 '가나아트파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등 장흥 문화예술체험특구에 있는 미술관들을 차례로 돌아볼 수 있다. 가나아트파크는 1984년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건립된 토털미술관을 전신으로 한다. 자연과 조각작품이 어우러진 야외조각공원과 미술관, 공연장, 아틀리에, 카페, 아트숍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물 외관과 실내장식은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가 맡았고 아틀리에는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 내부를 설계한 장 미셸 빌모트가 담당했다. 어린이미술관과 체험관 등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많아 가족 나들이 장소로 좋다.

장욱진미술관은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장욱진의 작품과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장욱진의 그림 '호작도'와 집의 개념을 모티브로 설계한 건물은 중정과 각각의 방들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의 미술관을 따라 벽화와 유화, 판화, 먹그림 등 2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 주변 산책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즐거워진다. 길 건너에는 민복진미술관이 있다. 양주 출신의 한국 현대조각 1세대 조각가 민복진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장욱진미술관과 민복진미술관은 통합권(5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다. 인근에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대로 갈 수 있는 '송암스페이스센터'도 있다.

의정부역 인근의 '의정부음악도서관'에선 음악 전문 도서와 음반, 악보를 열람하고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의정부역 인근의 '의정부음악도서관'에선 음악 전문 도서와 음반, 악보를 열람하고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의정부역은 '의정부음악도서관'과 '의정부미술도서관'으로 '도서관 투어'를 떠나기 좋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은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지역 특성을 반영해 재즈, 블루스, 힙합 등을 특화한 공간이다. 음악 전문 도서와 음반, 악보 등을 열람하고 최적의 환경에서 영상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룸과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 특화 도서관이다. 도서관이지만 미술관을 관람하는 듯 공간과 구성이 인상적인 곳이다. 미술 전문 도서와 예술 자료도 풍부하다.

송추역은 '맛집 투어'로 뜨고 있다. 유명한 송추 가마골 본점을 비롯해 오래된 맛집과 카페가 즐비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커피와 풍경에 취하기 좋다.

강정미 기자


교외선 개통부터 재개통까지

"다시 교외선"
지역민 요청 이어져

교외선은 경기 고양시에서 양주시를 거쳐 의정부시까지 경기 북부를 동서로 연결하는 철도 노선이다. 1961년 개통 이후 관광·여객·화물·운송 등에 활용됐으며 1980~90년대 송추계곡과 장흥수목원으로 MT를 가는 대학생들이 가장 애용한 '추억의 철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서울외곽순환도로 개통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도입과 노선 확대 등으로 이용객이 점차 줄면서 결국 2004년 4월 여객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
이후 출퇴근 불편 등 운행 재개를 요구하는 주민이 늘면서 고양시·양주시·의정부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은 2021년 8월 교외선 운행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시설물에 대한 개·보수와 함께 안전성 향상을 위해 국가철도공단 주도 아래 선로 보수 및 점검, 노반·궤도·통신·신호 전반에 걸쳐 49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38개월 동안 시설 개량을 진행했고 2025년 1월 11일 운행을 재개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현재 왕복 8회인 운영횟수를 안정화 단계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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